니콜라스 케이지의 PIG 감상


목구멍 끝까지 크로아상과 우유로 가득하다. 어떻게 밀린 세탁물을 처리하고 종일 잤다. 잠이 늘어난다. 글쓰기도 일자리 구하기도 전부 집어치우고 그냥 살고 있다. 빚을 갚는 것도 늘리는 것도 너무나도 시덥잖다. 나의 최선도 최악도 전부 뭉뚱그려 나 자신이다. 오늘도 나는 한탄하며 잠을 청하다가 집밖으로 나선다.


어젠 니콜라스 케이지의 PIG를 봤다. 시간이나 떼울 생각으로 봤는데 날이 밝아오도록 끝까지 감상했다. 영화는 숲속에서 송로버섯을 캐며 살아가는 롭이란 사내를 보여준다. 그는 그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조용히 살아간다. 마치 수도승과 같은 삶이다.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돼지를 빼앗기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통을 치르게 된다. 인근 마을의 가장 가까운 레스토랑 조차도 10년이 넘어서야 겨우 처음 찾았을 정도로 그는 오랫동안 은둔하고 있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송로 버섯을 거래하던 파트너와 함께 그는 자신의 돼지를 찾으러 도시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의 주먹질도 감내하고 온갖 일을 다 당한다. 그것은 수난이나 수모로 보여졌다. 그럼에도 그는 불평하지 않았다. 마침내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돼지가 어디있는지 결정적인 단서를 얻는 롭은 자신과 세상의 유일한 접점이었던 파트너의 아버지가 범인이라는 것에 분개한다. 어쩌면 모험과 긴 여정을 떠나기전 보물은 자신이 아는 장소의 바로 아래에 묻혀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완고했고 냉정했으며 회유를 걸레짝처럼 던지더니 불응할시 돼지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응당 분개하고도 남을 일이건만 롭은 차분하게 돌아서 나오더니 생전 그가 먹고 유일하게 미소지었던 그날 그때의 식사를 요리해준다. 롭은 소리치지도 않고 법에 호소하지도 않았으며 폭력을 휘두르지도 겁쟁이처럼 체념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었다. 결국 그 남자는 흐느끼며 돼지를 훔쳐오는 과정에서 죽이고 말았노라고 진실을 고백한다. 동시에 롭도 무너지고 비통한 오열을 쏟아내고야 만다.


이 이야기는 돼지를 잃고 돼지를 찾으러 떠나 그 돼지를 되찾지 못했음을 인지하고 다시 되돌아오는 영화이다. 처음부터 찾으러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 돼지는 그의 희망처럼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돼지는 죽었다. 롭은 다시 자신이 살던 숲으로 돌아간다. 오직 피비린내 나는 진실만을 품은채로 말이다. 그제서야 롭은 자신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를 씻어내고 자신을 위한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이 영화에서 나는 한때 그의 고용인이었던 레스토랑의 요리사를 눈여겨 봤다. 그는 수많은 미사여구로 자신과 요리를 치장했지만 롭은 그를 꿰뚫어 보며 말했다. 이 레스토랑은 가짜라고. 이 요리도 그것을 맛보는 손님들도 가짜라고. 내가 널 해고하면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묻자 넌 영국식 술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또렷하게 기억한다. 왜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눈치를 보는지 묻자 그는 변명 일색을 하다 마침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만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을 레스토랑의 오너인 그였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가능성으로 남겨둔 것이다. 이것이 둘의 큰 차이점이다. 요리사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먹고 살기 위한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직업을 택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었고 요리도 사업적인 성공도 평판이나 명성도 전부 공허할 뿐이었다. 그의 성공은 파스타 하나 제대로 삶지 못해 해고당했을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롭의 말 한마디에 요리사의 고급 레스토랑은 쉽게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롭은 어찌되었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돼지를 찾으러 나섰고 결국 완벽하게 진실을 깨닫는다. 그것이 진정 자신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되돌아간다. 아무리 억울하고 슬프고 세상이 원망스럽고 바로 옆의 파트너를 책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롭은 다음주 목요일에 다시 보자며 악수를 청한다.


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의 이번 작품은 굉장히 마음에 들고 또 여운이 남았다. 그가 앞으로도 좋은 각본을 갖춘 작품에 계속 출연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편으로 나 자신에게도 해야 할 말이 있다. 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남겨두고 끝낼것인지. 아니면 그 끝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지더라도 나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스스로 확인할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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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리린냥

컬트 영화 리뷰 블로그가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